부산웨딩박람회, 나의 사전 준비 체크리스트 (라고 쓰고 TMI라고 읽는다)
지난달, 친구 결혼식장에서 부케를 받아버렸다. 진심 예상 못 했고, 솔직히 약간 무서웠다. “야, 너도 이제 슬슬 준비해라?”라는 농담에 하하 웃었지만, 속으론 이미 심장 폭주. 그러다 우연히 부산웨딩박람회 소식을 듣고, 그래 — 일단 가보자! 하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하지만 박람회는 그냥 구경만 하는 행사 아니더라. 준비물, 마음가짐, 체력 배분까지 챙겨야 했다. 그래서 오늘, 나처럼 고구마 줄기처럼 헤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 사전 준비 과정을 탈탈 털어놓는다. 🙂
장점 & 활용법 & 꿀팁
1. 리스트보다 마음 챙김이 먼저였다
처음엔 ‘체크리스트! 체크리스트!’ 하며 심각하게 엑셀을 켰다. 그런데 막상 정리하다 보니,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내가 어떤 결혼식을 그리고 있는지였다. 장소, 드레스, 스냅, 축가… 이것저것 적다 보니 결국 원하는 분위기 한 줄이 전부였고, 나머진 당일 현장에서 보고 느끼기로 결정.
2. 동선 파악 필수! (발바닥이 시그널을 줌)
작년 친언니와 서울 박람회 갔다가, 루즈하게 돌다 부스 반도 못 봤던 흑역사… 이번엔 달랐다. 박람회장 평면도 캡처 → 인스타 스토리에 질문 → “어디 먼저 가야 효율적?” 친구들의 피드백을 수집. 그 덕분에 드레스 → 예물 → 스냅 → 한복 순서로 동선을 짰고, 대기 줄 스트레스 거의 0!
3. 예비 신랑 소환 미션
“자기야 토요일 오전 11시, 부산 BEXCO, 커피 제공, 간식 있음”이라고 회유. 근데 남친은 아침잠이 많다. 결국 30분 지각했고, 그 시간에 놓친 부스가 딱 웨딩홀 상담. 눈물… 그래도 견본 촬영 코너에서 우리가 우스꽝스럽게 찍힌 사진은 평생 레전드가 될 듯?
4. 예상 견적 메모, 그러나 너무 믿지 않기
부스마다 “오늘만 30% 할인!” 외친다. 솔깃해서 계약서에 사인하려다, 순간 펜을 떨어뜨리는 둔한 실수 덕에(?) 다시 정신 차렸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동일 패키지라도 혜택이 업체별로 천차만별. 나중에 비교 견적 메일로 받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5. 영양 간식 챙기기
시식 코너가 있긴 하지만, 달콤한 마카롱 몇 개로는 포만감이 안 온다. 작은 견과류 팩과 물병을 가방에 넣어갔다. 덕분에 집중력 유지!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는 그냥 기본 세트.
단점
1. 정보 과부하 & 멘탈 붕괴
솔직히 말해, 두세 시간만 지나면 머리는 솜사탕. ‘어디가 더 싸지?’ ‘어떤 드레스가 내 체형에 맞지?’ 같은 물음표가 뭉쳐서 구름처럼 떠다닌다. 결국 노트에 적어둔 메모조차 복잡. 그래서 나는 부스 10곳 돌면 10분 휴식 룰을 만들었다.
2. 사진 촬영 제한, 그리고 쑥스러움
예쁜 드레스가 보여서 찰칵 찍으려는데, 갑자기 “촬영 금지입니다!” 하는 거다. 당황해서 카메라 내리며, 죄송합니다 연발. 그때부터 슬금슬금 눈치 보며 구경…! ㅠㅠ
3. 예상 밖 지출
입장료는 무료였지만, 주차비가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추첨 이벤트 응모권’이 하필 유료라서 분위기에 휩쓸려 결제. 커피값보다 비쌌다. 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1등 괌 허니문 여행이라는데!
FAQ, 아니 궁금하잖아요?
Q1. 박람회 전날 밤, 꼭 해야 할 준비는?
A. 나는 전날 새벽 1시까지 인스타로 드레스 라인 검색하다, 아침 알람 못 들을 뻔. 제일 중요한 건 푹 자기다. 그리고 편한 운동화 깔끔하게 세탁해두기!
Q2. 계약은 현장 vs 돌아와서?
A. 나의 결론은 “하트가 뛰어도, 지갑은 쉬어라.” 현장 할인을 너무 강조하면 센스 있게 명함과 브로슈어만 챙겨라. 집에 와서 커피 한 잔하며 비교하면 마음이 더 또렷.
Q3. 동행인은 몇 명이 베스트?
A. 부모님, 친구, 예비 신랑… 많으면 많을수록 의견이 갈리고, 나는 점점 표정이 굳었다. 이번엔 둘이 가서, 사진만 단톡방에 공유해 가족 의견을 받았다. 체력도 세이브, 결정도 빠름!
Q4. 쇼핑백은 왜 필요?
A. 리플렛, 견본, 시식 쿠폰까지 쏟아진다. 종이 가방 두 개면 충분할 것 같았는데, 돌아올 땐 손목이 아파서 지하철역까지 5분마다 멈춰 섰다. 튼튼한 에코백 강추.
Q5. 현장에서 놓치면 안 되는 포인트?
A. 부스 스태프 이름표 슬쩍 확인! 친절한 상담사 기록해두면 나중에 전화할 때 편하다. 그리고 SNS 팔로우 이벤트는 가볍게 참여, 기프티콘은 커피값 세이브니까.
결국, 박람회는 ‘우리의 결혼식’이 아니라 ‘준비 여행’ 같은 느낌이었다. 설렘, 허기, 깜빡함, 그리고 뿌듯함이 뒤섞여, 귀가길에 남친과 햄버거를 나눠 먹으며 이런 말을 했다. “오늘, 우리 꽤 팀워크 좋았네?” 그 순간, 결혼 준비의 첫 퍼즐이 끼워진 듯했다. 여러분도 박람회 떠나기 전, 가볍게 이 글 한 번 떠올려 주길. 그리고 혹시 나처럼 부케 받아서 당황한 사람? 괜찮다. 숨 깊이, 발걸음 가볍게. 부산에서, 우리 모두 예비 신부 파워 충전 완료!